나는 솔직히 안철수가 싫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선거에서 대승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싫다.
나는 야권.....더 구체적으론 정의당 지지자다. 그래도 보수당이 영구집권을 하느니 수구정당이라도 더민주나 여타정당에
전략투표를 하는것이 범야권에 그나마 긍정적 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물론 난 소신투표를 했지만).
그래도 나는 안철수가 혼자 고고한 인간인척 고집을 부리고 때론 떼를쓰며 기어코 야권을 분열시킨데에
온갖 정나미가 다 떨어졌었다. 난 처음부터 안철수가 싫었다. 백신 개발자나 기업인으로서의 그를 싫어했던게 아니다.
그가 정치인으로 나서고나서 얼마안있은후 부터 그가 싫었다. 기업하던사람이 갑자기 정치판에 뛰어든게
눈꼴시었던게 아니다. 애초부터 정치혐오정서에 편승해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나빼고 다른 정치인, 정당은 모두다 구태고
썪었다....라는식의 도덕적 우월감을 빙자한 고집불통....나에게 비쳐진 안철수는 그랬다.
자신은 악한 인간일리가 없고 악한 선택을 할리가 없고 고귀한 길만을 걸어야하고 내가 깨끗하지 않은인간일리가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말하는 그의 인간적 면모(?)에서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정서적 반감이 생겼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그 사람 자체가 악하고 부정하다고는 보지않는다....하지만 이미 안철수는 총선정국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모욕감을 느끼게하고 좌절케하는 선택들을 해왔다. 그것만으로, 이미 그는 경우에 따라서는 악한결과를 낳는
선택을 하는 인간이었던거다. 악한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런데도 안철수는 놀라우리만치(혹은 그런척 하듯이) 주변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듯했다.
나는 그게 더 짜증났었다.
예전에 안철수가 "모든 새로운 혁신들은 처음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라며
기존 정치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보라는 야권 여러논객들의 충고를 일축시킨바 있었다.
나는 그게 정말 개떡같은 소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말이야 맞는말이다. 역사에서 수많은 성공과 혁신의 사례들이 처음에는 미친짓 취급을 받았던것은
엄연히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말이안되는것 처럼 보이지만 뭔가 가능성 있어보이는' 혁신과
'말이안되는것 처럼 보이고 진짜로 말도안돼는' 혁신은 엄연히 다른것이라고 굳게 믿는사람이다.
나에게 안철수의 행보는 후자였다.
그런데 안철수가 거짓말처럼 성공해버렸다.
나는 왠지 기분이 찜찜하면서도 "내가 틀린건가?" "정말로 진짜 변화라는건 영화처럼 말도안되는일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생기는건가?" 따위의 질문을 스스로 해댔다. 안철수와 그의 국민의당은 말이좋아 3당이지 20대 국회에서
의회흐름의 열쇠를 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거대정당이 아무도 과반의석이 안돼는 시점에서는
둘다 어떻게든 국민의당의 주의를 끌려고 할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야권의 천덕꾸러기에
그 반대로의 존재로 거듭난거다. 물론, 국민의당 의석 2개빼고는 모두 호남의원들의 의석이기 때문에
설령 안철수가 보수쪽에 투항한다해도 여권이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거라는 예상도
이미 나와있다. 하지만 앞으로 무슨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치판에서 예측은 경제학에서의 경제예측과 비슷하다. "어제 한 나의 예상이 오늘 틀렸다는걸
내일 확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냥 내가 바라는건 안철수가 기존의 그 특유의 독선으로
애써 재편한 권력의 구도에 깽판을 놓지 않는것 뿐이다.
물론 안철수는 불가능해 보이는것을 성공시킴으로써 그가말한 혁신에 일단은 한걸음
다가갔지만, 국회는 선거판 이후가 사실은 더욱 처절한법이다. 그리고 어찌보면
이번 결과는 정세에 따른 행운도 많이 작용한면도 있다.
써놓고보니....이글은 한 정의당 지지자가 반안철수 감정의 극에 달해 퍼붓는
독설인것 같은데.....뭐 사실 맞다. 그만큼 안철수의 그간의 행보를 볼때 그의
'정치' 라는것에는 기대가 안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철수가 제거되어야한다고
보진 않는다. 안철수의 행보가 야권에 호재가 될거라면 뭐 그것보다
좋은게 어디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