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olf 2014. 8. 8. 15:39




Title : 명량

Year : 2014

Genre : Period drama / War / Action

Production : (주)빅스톤 픽쳐스

Distributor : CJ 엔터테인먼트

         Director : 김한민

        Screenplay : 전철홍

                      김한민

  Cast :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Score : 6 / 10




개봉전부터 많은 화제를 몰고왔던 김한민 감독의 신작 '명량'은


충무공 이순신의 유명했던 해전중 하나인 '명량해전' 을 바탕으로


만든 시대극이자 전쟁영화이다. 명량은 김한민 감독의 충무공 3부작중


첫번째 작품이라 하는데 일단은 수백척의 전선이 등장하는 해전씬의


스케일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내가 알기로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인데, 난 그의


작품을 '최종병기 활' 부터 접했다. 


'최종병기 활' 을 김한민 감독에게 가지는 첫인상으로 삼았던게 화근인지


내게는 이 감독에 대한 감상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전작인 


'최종병기 활' 은 개봉당시에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 의 표절작이란


논란으로 진통을 많이 앓았던걸로 기억하는데, 나 또한


활이 아포칼립토의 중후반 추격씬을 그대로 갖다 썼다고 보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혹자들은 보는이의 관점의 차이라고도


하고 원래 예술작품이란 다른 앞선 작품들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라고 하는데, 내 기준에선 '영향'을 받는것과


'표절' 의 결과물은 천양지차이다. '최종병기 활' 의 그 추격씬은


단순히 '영향' 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도를 넘어섰다.


그리고 창작물에 있어서 '표절' 이란 예술적 자살행위라고


보는 입장인지라 당연히 활과 김한민 감독에 대한 단상이


나에게는 좋을리 없었다. 그렇기에 '명량' 을 보기전부터도


내심 걱정반 기대반 했던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내가 영화를 보기전 


김한민 감독에 대해 걱정했던 부분이 여실없이 드러난 작품이


바로 이 '명량' 이다. 일단, 거두절미 하고 말하자면


'명량' 은 내가 아는한 그 어떤 영화도 표절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에 존재하던 헐리웃 전쟁사극의 


표현양식을 그대로 갖다 쓴 영화이다. 


영화를 볼때는 아주 재미있다. 


편집이 박진감 넘치고 각각 중요한 이벤트씬 에선


관객을 감정적으로 몰입케 한다. 해상전투씬은 쓸데없는 군더더기


없이 아주 화끈하게 표현되어있다. CG의 퀄리티는 솔직히 


별로 신경안쓰는 편이긴 하지만 이정도면 큰 거부감


없이 표현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는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해전을 이런 스케일로 다룬


거진 최초의 영화라는 점 빼고는 새로울게 하나도 없다.


새로울게 하나도 없는건 사실 단점이라고 볼 수 없다.


- 하늘아래 더이상 새로운것은 찾아보기 힘들고


창작, 예술 분야에선 더더욱 그렇다 -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찌보면 상당히 불쾌한


감상이다. 영화의 인물, 소품, 배경만 서양의 것으로 바꾸면


이 영화는 딱 영락없는 헐리웃표 사극이다. 헐리웃 영화의


표현양식이나 스타일리쉬한 면을 참고한 수준이 아니라


그냥 갖다붙인 느낌이 너무난다. 심지어는 배경음악마저


'다크 나이트 시리즈' 나 '맨 오브 스틸' 에서 들었던


한스 짐머의 웅장한 전자음악을 약간 편곡해서 만든게


아닌가 할 정도다. 감독이 이점을 알고있었다면 돈 버는법을


아는 기막힌 흥행사 라고 할 수 있겠고, 몰랐다면 창작자로서의


자존심이 다소 부족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한다.


'최종병기 활' 부터 '명량'까지만 지켜본 나로선,


김한민 감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끼기 장인' 이나


'모방의 아티스트' 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건 그것나름대로


재주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런식의 


영화제작은 별로 달갑지 않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는


'내가 2시간 동안 뭘 본거지?' 라는 허무함이 있긴해도,


보는내내 시간이 가는줄 몰랐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긴 여운을 남게하는 영화를 선호하는 입장이라 이 영화는


내게있어 10점만점에 6점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명량은 


거의 800만 누적 관객수를 돌파했고, 곧 천만관객을 돌파할


예정이다. 아무리 이러니 저러니 욕해도 올한해 가장 히트할


영화라는 얘기다. 이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중 몇몇은 


영화의 애국심 자극 마케팅을 거론하는데, 나는 일단 이 


부분에선 판단을 유보하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이들, 역사나


해전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 부분에서 비판을 


하는데, 전세계 어느 사극에서든 역사고증을 조금이라도 파괴


하지않는 사극은 없고, 또한 학술적 부분에서 지나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면 영화대신 관련 논문을 탐독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찌됐거나 이 모든 논란을 '명량' 이라는 영화는


흥행성 부분에서 불식시킬것은 자명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또한번 김한민 감독에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취향이 까다롭지 않은


관객들에겐 최고의 한국영화중 하나가 될것이며, 나는 감히


김한민 감독을 '한국의 마이클 베이' 라고 칭하고 싶다.


이 칭호는 경우에 따라 매우 불쾌한 호칭일 수 도 있고


매우 듣기좋은 호칭일 수 도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이 '명량' 이라는 영화의 속성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지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