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Title : 명량
Year : 2014
Genre : Period drama / War / Action
Production : (주)빅스톤 픽쳐스
Distributor : CJ 엔터테인먼트
Director : 김한민
Screenplay : 전철홍
김한민
Cast :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Score : 6 / 10
개봉전부터 많은 화제를 몰고왔던 김한민 감독의 신작 '명량'은
충무공 이순신의 유명했던 해전중 하나인 '명량해전' 을 바탕으로
만든 시대극이자 전쟁영화이다. 명량은 김한민 감독의 충무공 3부작중
첫번째 작품이라 하는데 일단은 수백척의 전선이 등장하는 해전씬의
스케일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내가 알기로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인데, 난 그의
작품을 '최종병기 활' 부터 접했다.
'최종병기 활' 을 김한민 감독에게 가지는 첫인상으로 삼았던게 화근인지
내게는 이 감독에 대한 감상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전작인
'최종병기 활' 은 개봉당시에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 의 표절작이란
논란으로 진통을 많이 앓았던걸로 기억하는데, 나 또한
활이 아포칼립토의 중후반 추격씬을 그대로 갖다 썼다고 보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혹자들은 보는이의 관점의 차이라고도
하고 원래 예술작품이란 다른 앞선 작품들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라고 하는데, 내 기준에선 '영향'을 받는것과
'표절' 의 결과물은 천양지차이다. '최종병기 활' 의 그 추격씬은
단순히 '영향' 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도를 넘어섰다.
그리고 창작물에 있어서 '표절' 이란 예술적 자살행위라고
보는 입장인지라 당연히 활과 김한민 감독에 대한 단상이
나에게는 좋을리 없었다. 그렇기에 '명량' 을 보기전부터도
내심 걱정반 기대반 했던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내가 영화를 보기전
김한민 감독에 대해 걱정했던 부분이 여실없이 드러난 작품이
바로 이 '명량' 이다. 일단, 거두절미 하고 말하자면
'명량' 은 내가 아는한 그 어떤 영화도 표절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에 존재하던 헐리웃 전쟁사극의
표현양식을 그대로 갖다 쓴 영화이다.
영화를 볼때는 아주 재미있다.
편집이 박진감 넘치고 각각 중요한 이벤트씬 에선
관객을 감정적으로 몰입케 한다. 해상전투씬은 쓸데없는 군더더기
없이 아주 화끈하게 표현되어있다. CG의 퀄리티는 솔직히
별로 신경안쓰는 편이긴 하지만 이정도면 큰 거부감
없이 표현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는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해전을 이런 스케일로 다룬
거진 최초의 영화라는 점 빼고는 새로울게 하나도 없다.
새로울게 하나도 없는건 사실 단점이라고 볼 수 없다.
- 하늘아래 더이상 새로운것은 찾아보기 힘들고
창작, 예술 분야에선 더더욱 그렇다 -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찌보면 상당히 불쾌한
감상이다. 영화의 인물, 소품, 배경만 서양의 것으로 바꾸면
이 영화는 딱 영락없는 헐리웃표 사극이다. 헐리웃 영화의
표현양식이나 스타일리쉬한 면을 참고한 수준이 아니라
그냥 갖다붙인 느낌이 너무난다. 심지어는 배경음악마저
'다크 나이트 시리즈' 나 '맨 오브 스틸' 에서 들었던
한스 짐머의 웅장한 전자음악을 약간 편곡해서 만든게
아닌가 할 정도다. 감독이 이점을 알고있었다면 돈 버는법을
아는 기막힌 흥행사 라고 할 수 있겠고, 몰랐다면 창작자로서의
자존심이 다소 부족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한다.
'최종병기 활' 부터 '명량'까지만 지켜본 나로선,
김한민 감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끼기 장인' 이나
'모방의 아티스트' 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건 그것나름대로
재주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런식의
영화제작은 별로 달갑지 않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는
'내가 2시간 동안 뭘 본거지?' 라는 허무함이 있긴해도,
보는내내 시간이 가는줄 몰랐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긴 여운을 남게하는 영화를 선호하는 입장이라 이 영화는
내게있어 10점만점에 6점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명량은
거의 800만 누적 관객수를 돌파했고, 곧 천만관객을 돌파할
예정이다. 아무리 이러니 저러니 욕해도 올한해 가장 히트할
영화라는 얘기다. 이 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중 몇몇은
영화의 애국심 자극 마케팅을 거론하는데, 나는 일단 이
부분에선 판단을 유보하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이들, 역사나
해전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 부분에서 비판을
하는데, 전세계 어느 사극에서든 역사고증을 조금이라도 파괴
하지않는 사극은 없고, 또한 학술적 부분에서 지나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면 영화대신 관련 논문을 탐독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찌됐거나 이 모든 논란을 '명량' 이라는 영화는
흥행성 부분에서 불식시킬것은 자명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또한번 김한민 감독에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취향이 까다롭지 않은
관객들에겐 최고의 한국영화중 하나가 될것이며, 나는 감히
김한민 감독을 '한국의 마이클 베이' 라고 칭하고 싶다.
이 칭호는 경우에 따라 매우 불쾌한 호칭일 수 도 있고
매우 듣기좋은 호칭일 수 도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이 '명량' 이라는 영화의 속성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지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