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Kingdom of Heaven

venolf 2014. 5. 30. 14:37

 

 

 

Title : Kingdom of Heaven

Year : 2005

Genre : Period drama / Action / War / Epic / Religion

Production :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 Scott Free Productions

Distributor :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Director : Ridley Scott

        Screenplay : William Monahan

  Cast : Orlando Bloom

            Edward Norton

          Jeremy Irons

          Liam Neeson

       Eva Green

Score : 9.5 / 10

 

 

누군가 나에게 '가장좋아하는 영화감독의 이름' 을 몇명 대라고 하면 난 주저없이 리들리 스콧을 그중한명으로

 

꼽는데, 그가 2005년에 내놓은 이 '킹덤 오브 헤븐' 이란 영화또한 내가 일생동안 최고로 꼽는

 

영화중 하나에 들어간다. 또한, 감히 단언하건데 이 작품이 리들리 스콧 최고의 역작이라고 주장하는

 

바 이다. '글래디 에이터의 감독 으로부터' 라는 광고카피부터 전쟁의 한장면에서 가져온

 

컷으로 만든 포스터까지 영락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작지향주의 전쟁드라마 라고

 

보여지는데 사실 개봉당시의 평도 그러했고, 오히려 그저 판에박힌 대작사극의 틀을

 

넘지못한 그저그런 영화라고 세간에는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후 감독판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영화를 다시본 사람들로부터 아주 극명하게 다른 찬사를 받으며

 

재조명된, 어떻게보면 저주받은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나는 이 영화를 아직보지못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감독판으로 볼것을 강요한다.

 

런닝타임부터 극장판 144분, 감독판 192분 이라는 어마어마한 볼륨차이가

 

나지만, 다른것은 길이뿐이 아니다. 스토리를 이해하고 영화 전반적인 구조에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많은부분들이 극장판에선 가차없이 잘려나가있다.

 

모든 영화들이 무삭제버전에서 더 심도있는 이야기를 해나가지만, 개인적으로

 

이 '킹덤 오브 헤븐' 만큼은 그정도를 넘어서 아예 극장판과 감독판은 전혀

 

다른 영화라고 말하고싶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리들리 스콧의 경우 '글래디에이터'

 

이후로 이런경향이 좀 두드러지는것 같다. 자신이 하고싶은 모든것은 무삭제

 

버전에 쏟아붇고나서 헐리웃에서 어디를 얼마나 짜르고 극장판으로 내보낼지는

 

상관안하는듯이... 이것을 예술가 특유의 '곤조'인지 아니면 객기인지는

 

판단을 유보하련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이 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다른 그 어떤 작품보다

 

종교적 관점에서의 주제의식이 뚜렷하다는거다.

 

물론, 그 주제의식의 표현적 관점에서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은 다른 많은사극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재구성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영화또한 많은 의도된 역사적 오류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재미삼아 정리해본 이 영화와 실제역사간의 차이점을 조금 털어보겠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이자 올랜도 블룸이 연기한 '밸리안' 이란 인물은 영화와 달리

 

이 작품시점에서 예루살렘 국왕인 '볼드윈4세'의 의붓아버지뻘에 해당하는

 

족보상 서열에 있다.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볼드윈4세' 는 선왕이었던

 

'알마릭1세' 의 아들인데, 이 사람에겐 두명의 부인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볼드윈4세' 는 첫째부인인 '코르테나이의 아그네스' 로 부터 태어났고,

 

밸리안은 알마릭1세의 두번째부인인 '마리아 콤네나' 와 알마릭1세의

 

사후 혼인하게된다. 물론, 진짜 의붓아버지는 아니지만 족보상 따졌을때 그쯤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에선 이벨린의 영주의 서자로 태어나 프랑스 어느

 

시골에서 대장장이 일이나 하는 시골청년으로 묘사되지만, 본디

 

이 밸리안은 조상대대로 예루살룸 왕국의 인척계통으로서 왕실과 권력에

 

깊이 관여했던 집안출신이고 그 자신도 평생 정치를 했던인물이다. 나이도 영화와 달리

 

볼드윈4세보다 20년정도 연상(오히려 레이몬드 3세와 같은또래). 밸리안은 볼드윈4세의 여동생

 

 '시빌라 공주'(에바 그린)의  두번째남편이자  차기 권력자인 '기 드 루지앵'의 숙적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그다지 사실이 아니다(또한 시빌라와 내연관계였다는것 또한 영화상의 허구이다). 오히려 기 드 루지앵의

 

영원한 정치적 숙적은 '트리폴리의 백작, 레이몬드 3세' 라는 인물로 극중엔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타이베리아스' 라는 인물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영화에 나온대로

 

밸리안은 기의 이슬람에 대한 무모한 원정을 만류하기도 했지만

 

실제론 대립하기보단 기와 레이몬드의 차가운관계를 때때로 중재해야했던

 

사람이었다고한다. 레이몬드 3세는 볼드윈4세가 아직 어릴때 섭정을 해서

 

예루살렘을 통치했던 인물로 그의 부인가문의 힘을 등에엎고 예루살렘

 

북부 대부분의 영토를 자신의 영지로 다스렸다한다. '타이베리아스' 라는

 

이름은 그가 다스리던 북부 예루살렘에 있는 '갈릴레아 호수' 에 위치한

 

요새의 이름에서 온것이지만 어째 극중에선 이 인물의 이름으로 등장.

 

볼드윈4세는 영화상으로 살라딘과 화친을 통한 양 종교계간 화합을 주도한

 

성군으로 묘사되는데 이 또한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살라딘과의

 

화친정책을 펼쳐온것은 레이몬드 3세 였는데, 그의 섭정이 끝나고

 

볼드윈4세가 통치권을 넘겨받자마자 다마스커스 나 이집트 같은 이슬람의

 

영토를 습격하는등의 강경책을 펼쳤다한다.

 

극중에서 리암 니슨이 연기한 벨리안의 아버지이자 이벨린의 영주인 '고프리' 는

 

실제론 밸리안이 태어날땐 존재하지도 않았던 인물로, 밸리안 자신이나

 

이벨린 가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인물이다. 고프리의 실제이름은

 

'Godfrey of Bouillon' 으로 '1차 십자군 원정' 당시의 초대 예루살렘 국왕이었다.

 

사망년도는 서기1100년(밸리안의 출생이 서기1143년). 그냥 인물자체에 매력을 느낀

 

제작진이 '이벨린의 고프리'로 이름을 바꾸고 밸리안의 아버지라는 설정을 갖다

 

붙인것 같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참된 종교관' '제대로된 기독교인 이란 무엇인가' 란 물음에

 

직접적인 비판과 관조를 하고있다. 본디 리들리 스콧이란 감독이 상당히 진보적이고 파격적인

 

연출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에이리언1편 당시 영화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인이면서 여자인 시고니 위버를 주연으로 전격발탁하고

 

본격적인 여전사 이미지를 구현해냄과 동시에 에이리언 유체가 인간남성으로부터 튀어나오게

 

함으로써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에 '임신테러' 공격을 감행하는 것과 같이 이 '킹덤 오브 헤븐'

 

이란 영화에서도 때때로는 제도권 기독교계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신 혹은 종교라면 마땅히 가져야할 포용력과 관용의 자세를 베풀지 않으면 그건 신이나 

 

종교가 아니니 우리가 숭배할 필요가 없다' 라는것이 영화의 핵심 카피이다.

 

또한 이 영화는 거기에 그치치 않고, '너희들의 종교나 신이 중요한만큼 다른이들의 그것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라는 화합의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 허나, 개인적으론

 

그당시의 국제정세에서 두 거대 종교계에 몸담고 있는 그 어느누구도 그런 종교본래적

 

정신으로 서로를 바라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레이몬드 3세의 살라딘과의 화친 정책도

 

사실은 살라딘과의 연합으로 기 드 루지앵을 견제하려는 레이몬드의 의도였다고 한다).

 

 현대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과연 기독교라는 종교가 역사의 어떤시대에서든 성서의

 

말씀이 전하는 그대로를 조금이나마 구현했었던적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것이 기독교자체의 잘못이라기보단 애초에 세상이라는곳은 복음서가 주는 교훈대로

 

살아갈 수 있는곳이 아니었던 탓이 큰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목회자라는

 

자들도 앞에서는 온갖 위선으로 사랑을 설파하고 뒤에선 자신들 추잡한 욕망이나

 

찾아다니는게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이 얼마나 저돌적이고 용감한가! 정의와 품행의 대명사인 십자군의 기사가

 

진정한 종교의 정신을 구현해 성전을 벌이고 결국엔 양쪽 모두가 사는 기적을

 

일으키는 장면은 그 어느종교보다 더 종교적인 감동을 준다.

 

마지막 씬에서 이슬람 장군과 밸리안이 작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이슬람측

 

장군이 이런 말을한다. "신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찌 이 모든것을

 

다 가능케 하셨겠소?" 무조건 헌금을 더 내라고 악을쓰는 목사들은 언제나 '주님의

 

힘이 역사하신다' 라는 말을 버릇처럼 쓰는데, 이것보다 더 기독교적인

 

Divine intervention 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할지 모른다.

 

어찌됐건, 영화는 일견 머리아플 수 있는 주제를 아주 우아하고 무게감있는

 

무드와 톤으로 풀어나간다. 덫붙여 이 영화는 명배우가 많이 출연해서

 

더욱 볼만하다. 위에 언급한 주연들부터 비록 단역이지만 연기파인

 

'케빈 멕키드'와 극중 내가 가장좋아하는 캐릭터인 '구호기사단원'을

 

연기한 '데이빗 튤리스'의 연기는 영화를 보는중 또다른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