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ker, 2019
영화이야기 2019. 10. 5. 19:21 |
※모든 영화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함※
Title : Joker
Year : 2019
Genre : Crime / Thriller / Super Hero
Production : BRON Studios
DC Films
Joint Effort
Village Roadshow Pictures
Distributor : Warner bros.
Director : Todd Phillips
Screenplay : Todd Phillips
Scott Silver
Cast : Joaquin Phoenix
Frances Conroy
Robert de Niro
Zazie Beetz
Brett Cullen
Score : 9 / 10
요즘 영화제의 화두는 양극화 인것같다. 이미 우리영화 기생충이 한국사상 최초로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바가 있고, 이 조커 또한 얼마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기때문이다. 양극화 얘기부터 꺼낸이유는 이 영화도 수퍼히어로 영화의 탈을 쓴 양극화 영화이기 때문이다.
조커는 DC코믹스의 간판시리즈중 하나인 배트맨에 등장하는 주요 악당캐릭터이자 배트맨의 숙적이라 알려져
있다. 조커는 그냥 악당캐릭터임을 넘어서 배트맨 시리즈에서 최고, 최악의 빌런이자 서브컬처계에 전반적으로
떨치는 그 인기와 위용이 실로 대단하기에, 이러한 종류의 빌런캐릭터들은 영어로 '수퍼빌런' 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조커의 모습은 그런 '수퍼'한 모습과는 전혀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희대의 악당 조커가 조커가 되기이전의 삶과 어떻게 그가 조커로서 거듭나는지를 집중조명한다.
본래, 배트맨 프랜차이즈의 그 어떤 시리즈 에서도 조커의 출신은 불명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팀 버튼의 조커는 영화에서 '잭 네이피어' 라는 본명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코믹스 에서도 극히일부 시리즈
에서나 그의 기원을 다뤘고 영화에서는 시도된적이 없었다. 2019년의 조커가 흥미로운점중 하나다.
영화가 더 흥미로운 점은 교활하고 영악하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어떤 위험한짓도 서슴지않는 범단수괴 조커로서의 모습과 달리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의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근근히 사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모를
모시고 사는 그 또한 정신이 온전치않은 최하층민의 모습을 그리고있다.
아서는 한번도 누군가에게 중요한 인물인적 없어본채 온갖 멸시를 당하며 그의 상담사라는 사람도 도움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마저도 복지예산의 축소로 없는게 되버리며 양극화에 분노하다못한 고담 하층민들은
폭동을 일킨다. 시장으로 출마한다는 토마스 웨인은 오만방자하고 선민의식 가득한 그저그런 부자들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상황에서 아서의 자아붕괴와 세상을 향한 복수심은 '나라도 그러겠다' 라는 연민의 감정을
자아낸다. 그렇게 괴물이 된 아서는 결국 '조커'로서 각성하게되고 살인마의 길을 걷는다.
영화는 아서로서의 아서와 조커가 된 아서의 이행으로써 진행된다고 봐야하는데 인물이 형성되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성격의 변화는 호아킨 피닉스의 인물해석과 더해져 영화의 백미가 된다.
출생의 비밀을 깨닫고 연애도 망상이었음을 깨달은 아서는 모친(?)을 살해하고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전 직장동료도 죽인다. 그는 이제 더이상 신경약도 복용하지않는다. 자신의 행동과 동기에 확신이 있고 주저
하지않는 모습이다. 우연히 살인을 하고난뒤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혼자 허름한 화장실에서 춤을 추던
아서와 달리 계획된 살인을 하러가는 조커의 탭댄스는 가볍고 즐겁다. 그저 불쌍하기만 했던 아서는 빌런의
모습이라기엔 지나치게 소시민적인 모습을 보이다 결국에는 코믹스에 나오는 우리가 아는 조커의 그 모습에
상당히 근접해있는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억눌려있던 아서의 내면을 표현하는데있어 호아킨 피닉스라는
재료는 적절히 사용되어진다. 잭 니콜슨의 조커는 우리가 아는 코믹스 원전에 가장 가까운 조커이지만 그래서
실제라고 느껴질만한 위협성이 없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잭 니콜슨 보다는 훨씬 더 사회적이고 감정의 분출이
적극적이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아서는 다른의미로 사회적이면서 그의 목소리와 감정은 의도적으로
억눌려있다 그리고 조커가 된 아서는 훨씬 더 명쾌하고 확신에 차 있다.
이렇게 다른 두 캐릭터를 창조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나를 이렇게 만든건 니들 사회탓이야!!" 라고 외치는
순간 그 특유의 힘을 잃는다. 양극화를 이야기 하는데 왜 조커여야 하는가 혹은 조커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두 주장 모두 설득력있고 의미있다. 하지만 '조커'라는 엄청난 후광이자 짐 이라는 두 무게를 양어깨에
짊어져야했던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결국 수퍼빌런을 가지고 사회문제얘기를 하려고 했던것이냐 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점이 있다. 물론, 탄생한지 반세기가 훨씬넘는 빌런캐릭터가 시의성을 가지려면 현재의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의문의 약품에 노출된후 미쳐서 악당이 됐다는 설정 하나만으로는
약하다. 하지만 직접적인 '말'로써 사회고발을 하는 빌런은 이미 진부하고 지루하다. 그 사회고발 이라는것이
지금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문제라 공감대가 있긴하지만 조커의 고발은 계급갈등과 불운한 과거라는 배경보다
좀 더 내밀하고 개인적인 동기와 행동으로부터 출발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이 배트맨 이라는 IP가 가지는
특유의 매력이 '사회'라는 토양에 더 잘 스며들었을 거라는 사견이다. 아니라면 사실 이 영화는 '조커'가 아니라
그 자리에 누굴 끼워넣어도 말이되는 영화이다. 뭐 그게 나쁜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이 영화는 못만든 영화인가? 절대 그렇지않다. 오히려 아주 잘만든 영화이다. 감독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를 이야기 하면서도 영화 말미에 시민폭동으로인해 고담에 두마리의 괴물(배트맨, 조커)이
탄생하는 순간을 대치하면서 이 영화가 그래도 코믹스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는 않고있다.
이 영화가 왜 잘된영화인지 설명하는건 지금 나와있는 수많은 찬사들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것만큼이나
지루하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아서 플렉은 나를 서글프게 만들었고 그게 싫었다. 그래서 아서가 조커가 되어
폭도들의 영웅이 되고 아캄 어사일럼에서 상담사(사실 이 인물이 원전처럼 할리퀸 이기를 내심 바랐다 물론,
그럼 영화가 안돼지만...)를 죽이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조커는 그래야 하니까.
마냥 불쌍하기만하면 조커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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