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The Handmaiden), 2016
영화이야기 2016. 8. 21. 15:48 |
※모든 영화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함※
Title : 아가씨(The Handmaiden)
Year : 2016
Genre : Drama, Thriller, Comedy, Romance
Production : Moho Film
Yong Film
Distributor : CJ Entertainment
Director : 박찬욱
Screenplay : 박찬욱
정서경
Sarah Waters(Original book)
Cast :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Score : 10 / 10
이글을 쓰는 시점이 현재 2016년 8월 21일이다. 그러니까 이 '아가씨' 라는 영화가 개봉한지
2달도 훨씬 더 지난 시점에서 쓰는 리뷰인것이다. 이런정도의 화제작에 대한 감상평을
이렇게 늦게 남기는건 이미 영화에 대한 대부분의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의견이 시장에서
교환되다못해 이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더이상 화재삼지 않을 즈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뭐 어떤가....늦게 남기지 말란법도없고 누구보라고 쓰는글도 아니니까 상관없다.
그런데 왜 이런 변명같은 사족을 미리 붙여놓느냐....바로 그 이유가 내가 이 영화로부터
느낀 감상과 일맥상통하는면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선뜻 글을 쓰게되지 않았다.
나는 원래, 최신개봉작을 관람했을경우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글을 쓰는 편이다.
(리뷰를 남기고자 했을경우에)
그런데 이 아가씨라는 영화의 리뷰를 두달반도 더 지난 시점에서 쓰는 이유는
영화를 보고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말은 어찌보면 영화연출자 입장에서 최저, 최악의 욕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라는 의미는 세간에 익히 알려져있는
그런 뜻과는 매우 다른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본날, 영화관 스크린을 떠나는 바로 그 순간
모든것을 하얗게 불태우고, 산화시켰다. 그만큼 영화에서 느꼈던 에너지는 엄청난것
이었다. 아가씨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만한 영화이고 얼마나 뛰어나고 또 얼마나 장점이
많은 영화인지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조리있게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준 순수한 미쟝센의 에너지에 감화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는 일단 화려한 비주얼적 요소를 매우잘 정제(혹은 잘 절제)
해서 영화시작부터 종반부까지 시종일관 유연하게 깔아놓는다. 특히,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항상 특징적으로 보여지는 초현실주의적이면서도 자극적인 색채는
시종일관 시각을 자극하면서도 또한 그 특유의 교태적인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그리고 어느새부턴가 박찬욱 감독은 작품에서 '시선' 이 주는 교묘한 불편함과
관능적인, 혹은 에로티시즘을 카메라 워크와 편집을 통해 미쟝센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번 '아가씨'를 통해서도 그 오묘함이 매우 특징적으로 잘 드러나고있다.
거기에...두 여배우들의 비주얼..정말 이 영화는 일종의 미학적인 면에서 '미모의 승리'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김민희가 보여주는 압도적이면서도 마치 그림같은 잘
짜여지고 자로 잰듯한 정교한 아름다움은 캐릭터의 미스테리함과 매력을 몇배로
증가시켜준다. 김태리의 순수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까져보이는 친근함....그리고
확 시선을 끌지 못하면서도 계속 보게되는 매력적인 얼굴에서 은근한 색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둘이 보여주는 레즈비언 섹스신은 그야말로 인간의 이성이나 역사,
합리주의 따위는 배제된, 가장 원초적이고 호기심어린 성적 갈망 그 자체였다.
마치 첫경험을 하는 어린아이들이 그냥 그 교감자체가 너무 좋아서 그 행위에
몰두하는듯한 것이었다. 물론,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남성중심주의의 왜곡된
성적욕망의 도구가 되어버린 여인의 성적이고 자주적인 해방을 그려내는것 같다.
하지만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는....박찬욱 감독이 진정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해방' 이라는것은 그 날것같은 레즈비언 섹스신에서 압축되어 보여진다고
믿는다.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순수하고 본능에 가까운 성적 호기심....
내가아는 어떤 평론가는 박찬욱을 가리켜 '미쟝센 이라면 역사의 아픔따윈
얼마든지 싸잡아 자기자신의 제물로 써버리는 사람' 이라했다.
그 평론가는 박찬욱에 대해 절반은 아주 잘 파악했고 나머지 절반은 매우
그르게 파악했다고 본다. 만약 그말이 사실이라면 히데꼬와 숙희가 단둘이
사랑의 도피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난 박찬욱 감독이 좋고 이 영화가
좋았다. 박찬욱 감독은 어떤의미에서 참으로 여자좋아하는 사람인것같다.
물론, 실생활에서 여색을 얼마나 밝히는가 아닌가는 내가 알지도 못하고
알바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세계에서 보여지는 '여자' 라는 소재를
놓고 봤을때, 박찬욱 감독은 진정으로, 어찌보면 게걸스럽게 '여성' 이라는
존재가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탐식하려는 사람같아 보인다.
그래서 어느순간분터 그의 영화의 주인공(혹은 스토리의 키 캐릭터)이
여자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는 순간 더이상 아무
생각도 할 필요없을 정도로 무언가 충족된 느낌을 받았고, 딱히 그 감상을
빠른시일내에 글로 옮겨야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세간에 이 영화의 난해함에 대한 볼맨소리들과 지나치게 직접적인 성적
묘사에 불평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는 정말
좋은의미로 단순무식한 영화이며, 오히려 성적으로 문란한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 영화의 성적스타일에 불평을 한다고
생각하는 바 이다. 나는 박찬욱 감독이 이제야 정말 자신이 하고싶고
하고싶었던 작품을 만든거라는 생각이 들고, 제발 다른사람들의 입방아에
주눅들어 지금하고있는 것들을 멈추지 말았으면 하는 바 이다.
(물론, 투자자들의 입김은 작용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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