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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17 곡성(The Wailing), 2016

 

 

 

 

 

※모든 영화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함

 

 

 

 

 

 

 

 

 

Title : 곡성

Year : 2016

Genre : Horror, Thriller, Mystery

Production : 사이드미러

Distributor : 20th Century Fox Korea

  Director : 나홍진

   Screenplay : 나홍진

  Cast : 곽도원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황정민  

    Score : 9.5 / 10

 

 

 

 

 

 

 

 

 '추격자'와 '황해' 로 존재감을 부각시킨 나홍진감독의 세번째 장편인 '곡성'은 일반개봉전

 

언론시사회등으로 평론가들로부터 엄청난 찬사를 받아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2016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중 하나였다.

 

 

이글을 쓰는 시점이 밤 9시20분시작 영화를 보고 집에와서 잘시간을 훌쩍넘긴 새벽녘이다.

 

굳이 이 늦은밤의 끝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이 영화에 대한 글을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잠이

 

들것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정도로 이 영화의 마력은 대단한것 이었고, 개봉전 오히려

 

평론가들의 일관된 찬사가 되려 이 영화가 일반관객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할것 같다는

 

기우섞인 의심들을 불식시켜버릴 수 있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여러가지 석연치않은

 

구석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도 재밌다고하지 않는다면 그런사람에겐

 

그 어떤 영화를 보여줘도 소용없을거라 자부할만큼 이 영화는 파워풀하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영화의 굵직한 특징부터 얘기해보자면 일단은 호러영화인데

 

여러가지 호러의 서브장르가 뒤섞인 장르영화의 특성이 있다(엑소시즘, 좀비물, 슬래셔무비

 

등등등....). 그리고 여러가지 종교적, 주술적, 오컬트적인 상징과 장치들이 다수있는데

 

특이한것은 때때로는 동서양 종교경전이나 전설등에 나오는 심볼들이 약간 일관성

 

없이 배치된다든가 하는 특성도 있는데, 이건 감독이 혼돈의 잡탕으로 영화속

 

곡성군을 만드려고 했던 의도였다고 보여진다. 매니악한 장르영화적인 특성외에도

 

스릴러영화로써 상당히 서스펜스와 스릴넘치는 구성과 진행을 보여준다.

 

이전의 나홍진 감독의 영화들처럼 빠르지 않지만 은밀하면서도 끈덕지게 움직이는

 

카메라워크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종구(곽도원)가 파출소 정전당시 문앞에서

 

목격한 미친여자를 밝은날 친구들앞에서 설명하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쓸데없이

 

종구의 뒤에있는 유리문을 화면에 크게 차지하는 구도로 잡는데...이런것에서

 

관객은 뭔가가 그 유리창 너머로 튀어나오지 않을까하는 불안에 휩싸인다.

 

스릴러로써의 장치는 이것이 하나의 예일뿐, 이러한 요소들이 영화곳곳에 많이있다.

 

또하나 시각적으로 특징이랄만한 요소는 컬러감이다. 이것은 전작인 황해에서도

 

동일한점 이었는데, 촬영기법이든 후반작업시 색을보정을 했든, 전반적으로

 

그레이 스케일의 우중충한 화면톤은 의도적이었다고 보여지며, 영화의 음산하고

 

우중충한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린다. 어찌나 우중충한지 피색깔 마저도 잿빛이 돌

 

정도.....피 얘기하니까 또 황해와의 공통점 이지만 참 피가 많이도 나오는 영화다.

 

이것은 일종의 슬래셔 무비의 영향력 일 수 도 있겠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굿 씬에서 보여주는 교차편집, 스토리상

 

정체가 불분명한 선악의 구도 그리고 보는이가 놀라게끔하는 장면이 일정한

 

호흡을 사이에 두고 반복되는 점등을 볼때, 관객을 잠시도 편안하지 못하게

 

쥐었다 흔드는 장치들은 감독의 흥행사로서의 면모를 아주 잘 보여준다.

 

 

 

 

또하나 내가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깊었던 것은 이 영화가....특히 중반까지

 

우리가 어릴적에 종종 듣고자란 귀신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공포감과 호기심을

 

바로 어릴적에 느꼈던 그 감성 그대로 자극하는면이 있다는 것이다. 꼭 그런류의

 

귀신이야기가 "이건 할머니가 어릴적에 들은얘긴데....할머니살던 시골마을

 

뒷산에 있는 외딴집에....." 라는식의 레퍼토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의 흑막이라 할 수 있는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거처도 마을에서 좀 떨어진

 

산중에 있는 외딴집 이었다. 근데 웃긴건 아이들은 귀신이야기를 듣고

 

공포에 떨면서도 돌아서면 또 얘기해달라고 조르곤 한다. 공포이야기는

 

감정의 고통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감각적인 쾌락을 유발한다.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계속 찾는것도 그 이유다.

 

감각적인 쾌락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붙이는 사족이지만 나는 이 영화의 흥분감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박수무당 일광(황정민)의 굿판씬에서 일종의 성적흥분 비슷한

 

것도 느껴졌다. 아마 긴장감 이라는 측면에서 스릴, 성적흥분, 공포감은 유사한

 

정신적인 작용이 있을것 같다는 개인적인 믿음 때문이지만(슬래셔 무비에서 꼭

 

쭉빵한 미녀들이 등장하는건 뭔가 이유가 있다....그리고 그녀들이 잔인하게 살해

 

당하는 부분에선 뭔가 내 입으로 말하기 위험한 페티시 그 비슷한 것들도 분명

 

영화적 언어로써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 아마 굿씬에서 자극적이고 긴장감 고조되는

 

 장면이 연속되고, 특히 데스메탈 투베이스드럼의 트윈페달 연주를 방불케하는

 

꽹과리, 장구소리는 사람의 감정적 템포를 더욱 몰아치는 효과가 있다.

 

아마 그 장면에서 아주 질펀하고 거칠게 섹스를 하는 남녀의 영상을 교차편집

 

했더라도 분위기에 상당히 어울렸을 것이다. 그렇다. 여러가지 이유로든 뭐든

 

나홍진 감독은 사람의 감각과 감정을 총체적으로 카오스 상태에 돌입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것 같다.

 

 

 

한가지 좀 의아스러운것은 나홍진 감독이 이번에도 흡사 '제노포비아' 라고도 할 수 있는

 

외국인 혐오적 코드를 영화내에서 드러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황해에서는 연변족을, 이 영화에서는 일본인을 타겟삼아 그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그려내려고 한것같지는 않다. 이 감독이 그런 소재로 이런 영화를 만들정도로

 

멍청하고 센스없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1차원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나홍진 감독의 영화를 인종차별주의 영화라는 식으로 곡해할 수 도 있겠지만

 

내가 볼적엔 감독은 어떤 특정한 도덕적 가치관을 중심으로 다른 특정한 사상이나

 

사고방식을 비판하거나 그에대한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에게

 

막연하게 가지는 의심이나 혐오의 감정이 본연한 인간의 감정이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인간 그자체를 그냥 처연하게 보여주려는것 같다.

 

여기에서 '의도' 가 뭐냐 혹은 '메시지' 가 뭐냐라는 질문은 나홍진 감독 같은사람에게는

 

대답하기 귀찮거나 대단히 유치한 것일 수 도 있다. 이 영화는 작은시골마을이라는 대단히

 

제한되고 고립되어있는 공간에서 막연한 의심이라는 감정으로인해 주인공 종구가

 

악마도 됐다가 나약한 인간 아버지도 됐다가하는 영화이다. 영화마지막에 일본'오니'로

 

정체가 밝혀지는 외지인은 일단은 마을 가까이 사는 '일본놈' 이라는 설정으로써,

 

결국은 믿을 수 없고 어딘가 수상쩍은 외부인이라는 것인데....왜 하필 '일본인' 으로

 

설정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외지인이 감독의 의도대로 어떨때는

 

흑막인것 같다가 또 어떤때는 수호자 인것처럼도 보여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명(천우희)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의심이라는 감정으로 말미암아 현혹된 인간들로 인한 선악의 모호함은 말하자면

 

민간설화에 등장하는 귀신들이 부리는 '귀신의 농간' 이라는 장치를 재치있게 감독이 영화적

 

상황과 환경조성에 사용한 것이다.(어찌됐든 외지인이나 무명 둘다 귀신인건 맞으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귀신인지는 몰라도....) 또한, 이 영화는 도입부의 성경구절이나

 

마지막에 오니의 모습을 보여준 외지인의 손바닥 성흔...그리고 무명이 닭이 세번울때까지

 

집으로 가지말라는 경고 등등에서 보여지듯, 무속신앙외에도 의외로 기독교색채가

 

강한영화다(외지인이 자신의 집에 차린 사당에서 등장하는 검은 염소의 머리는

 

사탄의 상징인데.....이게 사탄교에서 비롯된 상징인지 기독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탄도 기독교에서 언급하는 신의 대적자 이므로.....). 기독교적 색채 그자체로

 

의미가 있다기보단, 여러 오컬트적 설정들이 섞여있는데, 그것으로인해 마을의 혼란한

 

상황과 의심과 불신이라는 인간적 저열함이 더욱 부각되는 장치인것 같다.

 

 

 

영화는 결국 어떤 뚜렷한 결론이나 해결점을 보여주지않고 끝난다. 그렇다고 대놓고

 

뚜렷하게 열린결말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어쨌든 다같이 좆되고 영화는 끝이난다.

 

그런면에서 찜찜하다고 지적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런것은

 

나에게 있어 단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좀 실망했던건 황정민의 존재감 이었다.

 

영화에서 황정민이 등장하는 씬은 다합해도 얼마되지 않는다. 게다가 등장도 매우늦다.

 

하지만 그것자체가 문제의 소지는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씬 스틸러는 뒤에 등장하고

 

간간히 나오는 장면에서도 사람의 이목을 끄는법 이니까(그리고 실제로 영화에서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차지하는 포지션도 좀 그런쪽이다). 하지만 뭐랄까, 그렇다고

 

하기에 그의 존재감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고 좀 어중간했다. 연기는 훌륭했으나

 

뭔가 확 이목을 끄는 매력이나 몰입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지금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큰 티켓파워를 가진 황정민 이라는 배우가 소화해내는

 

살인적인 스케쥴을 생각할때, 자신의 분량이 그리 크게 차지하지않는 영화의

 

캐릭터에 그렇게 크게 몰입하기란 쉽지않은것 이리라.....하지만 나는 그의

 

굿판씬에서 보여준 근면성(?)에는 찬사를 보낸다. 여하튼 그래도 그의 캐릭터는

 

아쉬움이 좀 남으므로, 이 영화에 10점만점에 9.5점을 주었다(그만큼 그 배우를 좋아하고

 

기대했다는 얘기다).

 

 

 

나는 정말 오랫동안 이 호러영화라는 장르에 관심을 끄고 있었고, 그건 전적으로 어설픈

 

호러영화를 만드는 영화계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나홍진 감독이

 

지금 호러영화계가 죽어있는데 자기의 영화를 통해서 장르영화로써 호러영화가

 

되살아날 수 도 있다고 했다. 나는 이 거대한 하나의 서브장르의 오랜 침체가 나홍진감독

 

한사람 으로인해 되살아 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단언컨데 이 영화

 

하나만 놓고본다면 20세기이후 호러영화의 진정한 재림이라고 주장하는 바 이다.

 

그만큼 보는내내 쫄렸고 또한 흥분했다. 요즘 영화티켓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한 세번봐도 돈이 아깝지않을 영화였다. 그리고 나 또한 최소

 

한번은 더 볼 예정이다. 어느샌가 나도 어릴때 재차 무서운얘기를 또 해달라고

 

조르던 그 시절로 돌아간것 같아서 반갑지만 한편으론 이미 본 영화에서

 

처음같은 서스펜스를 또 느낄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난 누가뭐래도 이 영화를 또 볼거다. 

 

 

 

 

 

 

 

 

 

 

 

 

 

 

 

 

 

 

 

 

 

 

 

 

 

 

 

 

 

 

 

 

 

 

 

 

 

 

 

 

Posted by ven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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