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The Age of Shadows), 2016
영화이야기 2016. 9. 29. 01:07 |
※모든 영화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함※
Title : 밀정(The Age of Shadows)
Year : 2016
Genre : Drama, Thriller, Action, Period drama
Production : Warner Bros. Korea
영화사 그림(주)
Distributor : Warner bros. Korea
Director : 김지운
Screenplay : 이지민
박종대
Cast : 송강호
공유
한지민
엄태구
츠루미 신고
이병헌
Score : 7.5 / 10
작년부터인가 부쩍 일제시대 혹은 독립운동 관련한 영화들이 자주 극장가에서 보이고있다.
그도그럴것이, 대한민국 사람들에겐 어찌보면 영원히 잊혀지지않을 역사적 기억인것과
동시에 언제나 청산하지 못한 아픔과 과거때문에 우리들을 옥죌 수 밖에없는 역사이기에
창작인들의 입장에서도 이건 언제나 소스가 될 수 밖에없는 소재이기 때문인것 같다.
게다가 잘만 요리하면 일항독립군 이야기는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게릴라'
스토리다. 라틴아메리카 혁명을 주도하고자 했던 체 게바라의 게릴라전 이야기와는 또 다른
맛이 있는것이다. 올해에 국산영화중 이 시대를 배경으로한 영화가 여태 총 몇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밀정을 포함하여 난 세개의 작품을 보았다. 제일 첫번째것이 박찬욱감독의
'아가씨' 이고 두번째가 '덕혜옹주' 그리고 세번째가 이 '밀정' 이다.
덕혜옹주는....따로 리뷰를 쓸 가치를 못 느낄 정도로 매우 실망한 영화였기에....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가씨는 본인이 본 블로그 리뷰에서 극찬한바 있으므로 역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리고 이 밀정.....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얘기하자면.....개인적으로 봤을때 이 작품은 컨셉이 모호한 영화이다.
즉, 다시말해 감독은 인물이 처한상황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감정변화와 그 속을
위태롭게 넘나드는 순간의 서스펜스를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다.
다음의 김지운감독 스스로의 연출의 변을 보자.
"친일 또는 항일의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 어느 한쪽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인물이 그 경계 위에서 줄타기하는 모습들이 흥미로웠고
그 인물들의 박진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시대가 사람들을 어떻게 압박했는지, 어디로 몰고 가는지
시대의 가속을 받는 인물들의 감정적 과정과 어두운 내면의 행로를 시대적인 공기와 함께 다루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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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점에서 김지운 감독은 실패했다고 보는 바 이다.
이런면모는 특히 이정출이 친구를 가장해서 김우진에게 접근할때나 혹은 정체를 들키고나서
이정출이 독립군의 이중스파이가 된후 그들의 작전에 가담할때 두드러진다.
늘어지는 전개와 구태의연한 표현방식....캐릭터의 성격이 전환되는 순간순간의 어색함...
특히, 영화후반 기차내부씬에서는 아예 영화전체가 뭔가 처지고 지루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런류의 영화에서는 캐릭터의 정체의 모호함에서 비롯되는 불안함에서 비롯된 스릴감, 그리고
그것에 말미암은 플롯전개상 흥분감을 느끼게 하는게 어찌보면 진부하면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
이 부분에서 감독이 좀 헤맨것은 아닌가 라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해본다.
바로 이런 어색함과 맞물려 배우들 연기의 어색함도 전체적인 완성도에 흠집을 내는 요소라고 본다.
공유의 김우진은 솔직히 이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고 보여줘야하는것의 절반정도밖에 보여주지
못했고 어색했다. 바로 그 덕분에 상대역인 이정출의 송강호도 동귀어진 되버리는 괴랄한 상황이
펼쳐진다. 지금, 송강호가 이 영화로 인해 '대한민국최초 1억관객동원 배우'라는 대기록을 달성,
언론, 대중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데.....솔직히 난 근래 송강호 출연작들중에서 송강호가 가장
힘을 못쓴 영화가 이 밀정인것 같다. 그리고 그 책임의 최소 50%는 공유에게 있다고 본다.
다른 조연들의 연기적 커뮤니케이션도 그다지 매끄럽지가 못했던것 같다.
이것이 개인역량의 문제인지 디렉팅의 문제인지 혹은 캐스팅의 문제였는지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으리라.......그 와중에 엄태구의 하시모토는 영화에 그나마 활력과 유머를
불어넣어줬다. 현재 이 영화로 인해 그가 주목받고있는 분위기는 그래서 수긍이간다.
그래도 캐릭터의 특성상 좀더 다크한 에너지를 발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병헌....나는 정말 이병헌 이야말로 이 영화의 심폐소생술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보는 바 이다. 특별출연이었고 분량도 많지않았지만 그가 나온 장면마다 압도됐고
매료됐다. 이병헌은 밀정에서 완벽한 신 스틸러였고 삐걱거리는 영화전반을 매끄럽게 해준
WD40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헌데....이 영화는 연출적으로 완전 망한영화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항상 김우진 감독이 한국의 '가와지리 요시아키' 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가와지리 감독은
실사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감독이긴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쉽게 '피, 폭력, 섹스' 세가지
코드로 설명될 수 있고, 그렇게 유명해진 인물이다. 김지운 감독도 기본적으론 그 스타일을
타는 감독이라고 본다. 김지운 감독의 모든작품들이 다 그런건 결코 아니지만 설사 전혀
그렇지 않은 영화들이라 하더라도 찰나의 순간 그의 고어적이고 원색적인 폭력과 성에대한
순수한 집착이 터져나오는 때가있다. 그것은 김지운감독이 가지는 특유의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밀정에서도 그 부분이 드러나는것이 영화 극후반, 특히
대원들이 기차에서 내리고나서부터이다. 역사내 전투씬 이후로 나는 '아 이제야 영화가
좀 풀리네'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감독의 장기(?)인 연출이 드러나서인지 여하튼
물만난 고기같은 느낌......아마도 김지운 감독은 밀정을 자신의 연출세계에 있어 일종의
과도기적 작품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앞서말한 그 어색함과 서투름이 이런
일련의 변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보여지는 일종의 '균열' 같은 것일 수 도 있겠다.
그렇게 따지고 본다면 이 밀정은 완성도면에서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미치지
못하는면은 분명히 있지만.....그러한 내적이고 연출적인 갈등선상에서 얻어낸 결과물로써는
나쁘지않은 포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찌됐든 대중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2016년 9월 29일 현재 누적관객수 700만을 돌파한 흥행작이 됐으니, 이러니 저러니해도
김지운감독 스스로는 그냥 이 결과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될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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