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Her
Year : 2013
Genre : Romance / Comedy / Sci-fi
Production : Annapurna Pictures
Distributor : Warner Bros
Director : Spike Jonze
Screenplay : Spike Jonze
Cast : Joaquin Phoenix
Scarlett Johansson
Amy Adams
Rooney Mara
Score : 9 / 10
언제나 실험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데 능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신작인 'Her'는 근래인
2010년 이후 개봉한 영화들중 가장 여운이 길게남는 영화였다. 항상 강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변신도 개인적으론 큰 볼거리 였다.
(더불어 루니 마라의 외관의 변화는 나에겐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었다…밀레니엄 이후에 그녀의
영화는 이작품이 첨이라 더더욱 충격과 공포…) 기존의 스파이크 존즈 스타일과 비교할때 플롯의 전개나
감성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잔잔하면서 또한 부드럽다고할 수 있지만, 이 영화가 주제로 하고있는 소재는
굉장히 참신하면서 어찌보면 급 진보적인 것이다. 보통 수많은 과학소설 작가들이나 아티스트들이 컴퓨터
인공지능의 정점으로 생각하는것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거나 혹은 이해할 수 있는' 경지인데,
이 영화에서 감정을 가진 운영체제로 나오는 '사만다'가 바로 그것이다. 기계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수반되어야 하는 과정은 '직관력' 을 갖추는 것이다. '직관력'은 국어사전에서 '판단, 추리, 경험등을
거치지 않고 어떤 대상을 곧바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이라고 정의 하고있다. 이것이 AI 에서의 직관력과 상응하는
정의인지는 나도 알길이 없지만, 일단 최소한은 적절한 풀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론, 여기에 덫붙여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정해진 코드에 의존하지 않고 즉각적이고 감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 이라고 하고싶다. 지금의 컴퓨터는 아주 복잡한 계산도 아주 우습고 빠르게 해버리지만,
직관력이 없기때문에 결코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을 순 없다. 영화 '매트릭스' 에서도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요원들은 콘크리트 벽도 주먹으로 부수고 총알을 아무리 퍼부어대도 우습게 피하지만, 그들의 힘과
스피드는 매트릭스 내에서 제한되기 때문에 결코 너를 능가할 순 없어" 라고 한다. 비슷한 경우로
'철권' 같은 격투게임의 AI 도 이런 경향을 보인다. 난이도를 아무리 최고로 높여놓아도 결국 어느시점인가
AI는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는 행동패턴 덕분에 헛점을 보이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게임에서 실력향상
에 도움이 되는 상대는 같은 인간인 것이다. 위의 사례는 현시점의 AI들이 가지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을 반증하는 수많은 예시중 몇가지에 불가하다. 흥미롭게도 영화 'Her'의 세계에서는 이런 단점이
완벽하게 보완된것을 넘어서, 이 자의식을 가지는 OS들은 육체만 없을뿐 인간과 다를바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장밋빛 로맨스만을 그리진 않는다. 결국 그들의 세상과
연인을 인식하는 방식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인간은 상처받을 수 있고 또한 인공지능은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길게 여운이 남았던 이유는 스파이크 존지의 영상과
그의 잘쓰여진 각본때문이 아니었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테오도르라는 남자 때문이었다. 테오도르는 모든
사물과 사건을 아무런 악의없이 오로지 순수한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사랑으로인해 영원히 고통받으면서 또한 사랑으로 스스로를 치유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의 사랑은
필연적으로 아픈사랑을 동반한다. 하지만 순수하기 때문에 아플줄 알면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기에
테오도르의 영혼은 보는이를 감화시킨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테오도르는 그런 남자다.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이별은 '헤어져도 우린 영원히 함께야' 라는 위선적이고
구태의연한 식의 클리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 가슴에 와닿는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별이라는것은 어느시대 누구에게나
아픈것이고 설사 인공지능과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상 이별의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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