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ht Club
영화이야기 2014. 5. 24. 16:15 |
Title : Fight Club
Year : 1999
Genre : Drama / Thriller
Production : Twentieth Century Fox Film / Regency Enterprise
Distributor : Twentieth Century Fox Film
Director : David Fincher
Screenplay : Jim Uhls / Chuck Palahniuk(Original novel)
Cast : Brad Pitt
Edward Norton
Helena Bonham Carter
Score : 9.5 / 10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언젠가 쓰겠노라고 결심한지 몇년이 흘렀는지도 기억조차 안난다.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그토록 미뤄왔던 이유는 정말로 내 인생에 있어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영화에 대한 것을 무엇부터 그리고 얼마나 얘기해야할지 짐작도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같은 기로에 서있지만 '되도록 간단히 줄여서 요점만' 하자는
결론에 다다랐고 이내 키보드질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어찌보면 내 인생을 약간은 바꿨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작품을 계기로
'데이빗 핀처' 라는 걸출한 영화감독의 팬이 되기도 했고, 어렴풋이 나마 영화제작공부를 해보겠다는
결심아닌 결심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물론, 지금은 이꿈은 잠정보류상태 이지만....)
하지만 이런 외적인 면 이외에 내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것은 이 영화로 하여금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들에 대해 정말 공포스러우리만큼 집착하게
됐었기 때문이다. 파이트 클럽은 한마디로 그런영화다.
이 영화가 개봉한지 13년차에 다다르고 있지만 여전히 작품의 메시지나 결론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허나, 이 영화를 통한 내적갈등과 고민을 통해 내린 결론은
이 영화가 던지는 진정한 문제의식은 "우리자신을 알자" 라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파이트 클럽' 이라는 영화의 주제는
'물질만능주의에 타락한 이 사회의 질서따위를 파괴해 버리자' 쯤이 되겠다. 영화를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한 무슨 학부모 단체 아줌마들이나 이제 막 세상에 분노하기 시작한 중2병걸린 소년들은
이러한 밑도 끝도없는 오해를 가지고 이 영화를 혐오하거나 혹은 숭상한다.
물론, 이러한 면이 영화내에서 강하게 표현되기는 한다. 브래드 피트는 대놓고 "당신이 물질만능주의에
휘말릴 까봐' 라는 대사를 내뱉기도 하고 실제로 극중에서 그가 만드는 지하조직은 "우리는 모두
움직이는 쓰레기들이다" "직업이나 돈이 다가 아니다" 라는 기조아래 움직인다. 허나 그것은 모두 영화의
양념같은 요소일뿐 실제는 다르다. 오히려 이러한 것들때문에 이 영화의 진정한 텍스트가 가려지는건 아닐지...
- 오랜시간 고민을 거듭해봤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감독의 의도를 아직도 난 알지못한다. 그냥 내말처럼
작품의 양념같은 요소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건지...여하튼 중요한건 이 지하조직이 내거는 목표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바는 아니란것이다 -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브래드 피트가 연기하는 '타일러 더든' 이라는 인물은 주인공(에드워드 노튼)
이 만들어낸 또다른 인격이다. 즉, 주인공은 다중인격장애를 앓고있는 환자다. 중요한건 왜 타일러 더든
이라는 제2의 인격이 만들어지게 됐냐는거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것이 현대사회의 보통사람들의 삶이다.
주인공은 상당히 괜찮은 커리어를 밟고있는 자동차회사 사고조사원이다. 안정된 직장에 안정된 재정..즉,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어찌보면 다들 꿈꾸는 것을 이 주인공은 어느정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바쁜 일정으로 인해 주머니는 두둑해지지만 그돈으로 영위할 수 있는 즐거움 이라는건
오직 쌓여만 가는 명품의류에 가구 그리고 비싼 아파트 뿐이라는데 있다. 영화도입부에서도 나오지만
주인공은 자기 아파트를 마치 가구쇼핑 카달로그의 한페이지를 그대로 옮겨놓은것 처럼 꾸며놓고 산다.
다들 그렇듯이 주인공도 자신의 흥미 적성이 무엇인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채
단지 예쁜물건들로 자신을 채우면서 살아간다. - 물론, 요즘같은 불경기엔 뼈빠지게 일하고도 명품 구경도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그런 논쟁은 잠시 접어두도록하자 - 나중에 그의 대사에도 나오지만 주인공은
잘꾸며진 그의 아파트만이 오로지 그자신을 대변해주는 '루저' 내지는 '거세당한 종마' 같은 인물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날로 쇠약해지는 신경덕분에 불면증에 빠지게된 주인공은 자야할 밤에 부업을 하면서 제2의 인격을
만들게 되고 결국 낮에는 보험사직원 밤에는 '타일러 더든' 의 이중생활을 하게된다.
결국 이 주인공이나 현대인들이나 문제는 같다. '자기자신' 이 없는것.
그 때문인지 영화에선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주인공의 이름이 직접적으론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 '잭' 이라는 유력한 설이 있긴하지만 - 중요한것은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자기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없다'
라는 것도 아니다. 무슨일을 하든 또는 하지않든 이 시대자체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덕목이라는 것은
사상이나 행동의 동기와 기준을 '나 자신' 이 아니라 '외부세계' 에 두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잭 이나 사람들이나
스스로의 감정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은채 단지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또는 다수의 질서에
자신이 얼마나 적합한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탓에 소위 말하는 '영업용 미소' 까지 만들어 낸다.
작중에 타일러 더든이 주인공에게 "You have sick desperation in your smile" 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의역하자면 '당신 웃는게 참 삐딱하군' 정도 될텐데...이것이 바로 간단한 미소까지 솔직함과 진실함이 없는
인간들의 군상인것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자신이 정말 가지고 싶으나 도저히 현재로서는 가질 수 없는
외모, 자신감, 능력, 솔직함, 대범함 등을 모두 갖춘 타일러 더든을 만들어 낸 것이다. 비록, 그는 교양이나
잘 다듬어진 사회적 능력은 없어도 자기자신이 누군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아주 뚜렷하게
알고있는 인물이고 자신감 충만한 사자같은 사내이다.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은 타일러 더든이 되고싶은
욕망을 가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어느정도 동경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용기가 있다고 해도 현재 자신이 바꿀 수 없는 현실적 조건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것이
현대의 인생이다. 이런점에서 타일러 더든이라는 인물이 관객에게 제공하는 카타르시스는 참으로
매력적인것이 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잭' 에 훨씬 더 가까운 삶을 살고있다. 주인공이 영화내에서 겪는 고뇌에 감정을 이입해 본다면
나는 정말 이대로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건지 혹은 결국은 나도 흔해빠진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버리는건 아닌지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바로 그것이 이 영화가 나의 사고방식 변화에
영향을 준 결정적인 계기중 하나인 것이다. 타일러 더든같이 막살아도 무서울게 없는 인간이 되고싶어서가
아니라 잭처럼 루저가 되버려서 타일러 더든같은 괴물을 만들어내면 어쩌나 라는 기우에 더 가까운
것임과 동시에 '내가 나답게 사는것이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게하는 힘을
이 영화는 가지고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주제가 왜곡되는 것이 누구보다도 애석함을 이 글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다. 파이트 클럽은 그랬다. 영화의 스타일리쉬한 비주얼이나 세련된 연출과 편집이
이렇고 저렇고를 떠나서 이 영화가 관객에게 품게하는 질문에 대한 고민이 어찌보면
당장 수학공식 한두개 더 외우는것보다 더 시급한 과제일 수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10년도 더 지난 이영화를 다시 꺼내봐야하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201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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