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y Elliot
영화이야기 2014. 5. 24. 16:17 |
Title : Billy Elliot
Year : 2000
Genre : Drama
Production : Arts Council of England / BBC Films
Distributor : Universal Focus(USA)
Director : Stephen Daldry
Screenplay : Lee Hall
Cast : Jamie Bell
Gary Lewis
Julie Walters
Jamie Draven
Michael Caffrey
Score : 8 / 10
많은 사람들은 '빌리 엘리엇' 이란 영화를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영화이자 가슴따뜻하게 해주는
영화로 회자한다. 나또한 이 영화가 가진 긍정적인 힘에 감화되었었음을 결코 부정할 수 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빌어 '빌리 엘리엇' 이란 영화와 주인공인 빌리에 대해 이미 널리 퍼져있는 감상과는
다소다른 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고자 한다.
까놓고 얘기해서 이 영화와 같이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무수한 고난을 이겨내 오직 순수한 재능과
열정만으로 성공해낸 주인공' 을 그려낸 스토리는 이미 우려낼 대로 우려낸 소재이다. 빌리가 어떻게 성공해 나가는지
어떤 어려움과 맞서싸우게 되는지 이런것들은 전부 나의 예상범위내에서 영화가 보여줬고 솔직히 따분한
것들이었다. 게다가 나는, 더이상 이런식의 신파적이고 교육적인 영화속 사례에 대해 긍정적인 희망을
얻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다. 과연 지금의 사회가 시궁창같은 환경에서 태어난 재능있는 아이가 용이되는것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가 있기는 한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부정적인 견해인가??
하지만 요점은 이게 아니다. 내가 정말 이 영화가 뛰어나다고 생각한건 주인공 '빌리' 그 자체 보다는 그를
둘러싼 인물들과 현실이 너무나 가슴아프고 리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칫잘못하면 그저그런
성장영화에 지나지 않았을 작품을 감독은 힘없는 개인으로서 거역할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이라는 장벽을
제시해줬기에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고 본다. 잉글랜드 어느 구석진 시골의 더햄이라는 지역 빈민굴에서
기업측의 횡포로 파업중인 탄광광부들에겐 더이상 미래의 꿈 이라던가 그 현실을 극복할 힘도 여건도없다.
결국, 가난은 되물림되고 파업은 결코 기업에 맞설 수단도 되지못하는 패배자들의 공간이
빌리가 나고 자란곳의 현주소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이미 끝난 공간뿐만 아니라 이미 돌파구없이 인생이 끝난 사람들
에 관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아들의 발레학교 지원비와 런던까지갈 차비마저 없어 돈을 빌려야 했던
빌리의 아버지가 그랬고 그 아버지를 따라 광부가 될 수 밖에 없던 장남인 빌리의 형이 그랬고
빌리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그를 돕지만 스스로 유명한 댄서나 교수가 될 수 도 없어서 그저
동네 허름한 복싱체육관 한켠에서 애들이나 가르치며 사는 윌킨슨 부인이 그러하다.
그들중에서도 내 시선을 사로잡은것은 빌리의 형 이었다. 극중에서 그다지 큰 비중도 없고
사실 없으나 있으나 별 차이는 없는 캐릭터라 할 수 있지만 이 인물이 차지하는 감정적 부피는
나에게 있어서 참으로 크게 다가왔다. 만약, 빌리의 현실이 나나 혹은 내 가까운 가정에서 일어나면
어떨까를 생각해봤다. 아버지야 어찌됐든 나이를 먹어가는 처지고 그저 욕심없이 한세상 살다가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고, 빌리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해도 재능있는아이고 아직 어리니
희망은 있다치지만..그럼 도대체 이 장남은 뭐냔말이다. 변변치못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을리는 만무하고
일단은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따라 광부가 됐지만 그로인해 미래는 보장할 수
없게되고 그 역시 끊을 수 없는 가난과 고난의 악순환에 산다는 거다. 더 최악인건 그마저도 아직은 젊다는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남은 기나긴 인생을 송두리째 저당잡혀야 하는 인물이 바로 빌리의 형이다.
더욱 내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영화 후반부..아들의 발레를 극구 반대해오던 빌리의 아버지가 아들의
재능에 눈을뜨곤 돈을 벌기위해 파업그룹에서 빠지기로 선언하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빌리의 형은 당연히 아버지를 뒤따라 따지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는 '아버지 이제 조금만 더 싸우면 되요.
조금만 있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 라며 애원하지만 빌리아버지는 '너하고 난 이미 끝났지만 빌리는 아니야.
재능을 썪힐 순 없어' 라며 통곡한다. 이 아버지의 대사한줄이 이 영화 전체의 빌리가 이야기하는 감동스토리보다
더 어처구니없고 우울한 충격을 줬다. 왜 빌리의 형의 인생마저 이렇게 끝나야 하는지(끝난게 맞지만..),
왜 그들은 그런삶을 살 수 밖에 없는것인지, 왜 가난은 끝날 수 없는지 평생 가난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
나에게 던져진 질문은 참으로 공허했다. 나는 그래서 빌리 보다도 몇배는 더 그의 형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의 인생이 결국은 가난한 광부로서 끝을 맺게 되리라는것을 그도 알고 나도 알았지만 그는
다시 묵묵하게 아버지와 함께 탄광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말버릇 고약하고
성격꼬인거 보면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그가 있어서 나에게 '빌리 엘리엇' 이란 영화는
조금은 더 각별해진 계기가 되었다.
201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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